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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이런 생각해

역시 난 나를 믿어야 해.

"여태까지 뭘 했는데? 한 번 말해봐."

헐........... 어떻게 저따위로 말하지? 양심이란 게 없나?
내가 하려던 말을 팀장ㅅㅋ가 무슨 자격으로, 무슨 뻔뻔함으로 나한테 묻는 거지? 너무 어이가 없네. 
아.. 물론 내가 일을 다 해놔서, 진짜 여태 어떻게 일을 다 해냈는지 묻는 거라면 인정. 근데 그게 아니잖아.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머릿속이 띵했다. 
그날 전화는 좀 억울해서 완전 맞받아치진 못하고 항변하는 정도에서 끝이 났다. 
아 물론 "여태까지 한 번도 같이 실측 안 가놓고 무슨 소리세요?"라고 팩트로 되묻자 할 말이 없어서 끊게 만든 건 잘했지. ㅎㅎ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 회의 시간...
허. 저래놓고 당당하게 회의를 소집하더란 말이지. 내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란 걸 예측 못했겠지.
이때까지 나는 굳이 덤비는 자세는 취한 적이 없었으니까. 

"지난주에 여태까지 뭐 했냐는 말, 한 게 없어 보인다는 말 진심이세요?"

"너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야?"

"아뇨, 전 물어보는 거잖아요. 이걸 확인해야 그다음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어. 그래 진심이야. 뭐든 일을 하면 결과로 증명해봐."

ㅅㅂ 내가 장 보고 요리하고 차려 놓은 밥상에 앉아서 수저만 들고 밥만 쳐 먹던 놈이, 직원들 성과에 무임승차 겁나 해대는 놈이...... 아 그래 남의 결과만 훔쳐 먹던 놈이라 과정 따위엔 관심 없겠지.  

'진심'이라는 말의 무게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진심 타령을 한 내가 바보다.

"하. 그렇다면 더 이상 저는 못하겠네요. 제가 한 일이 없다니 인수인계할 것도 없겠네요. 이번 주까지 하고 정리하겠습니다. 나머지는 알아서 하세요."

사직서를 썼다. 아, 3개월 차에 그 결심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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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믿어주는 사람한테는 최선을 다한다. 내가 가진 것은 물론 가지지 않은 것이라도 구해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그 노력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나를 믿어준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내 진심이니까. 

기본적으로 나는 내가 배울 점이 있는 사람과 일하고 싶다. 특히 팀장이라는 사람은 내가 믿고 따를 수 있는, 존경하는 구석이 하나라도 있는 사람이길 바란다. 아랫사람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아주 기본적인 선에서 생각하고, 자신의 역할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이길 바란다. 아, 이 모든 게 서투르더라도 그냥 자기와 함께 팀을 이뤄서 애를 쓰는 팀원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이면 족한다.  

이번에 만난 팀장은 영 그렇지 못하다. 난 그러지 말아야지. 나는 멋있는 사람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