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걸려온 친구 전화. 반가운 인사를 실컷 나누기도 전에, 번역 일 좀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본다. 안부보다도 '다름이 아닌' 용건 있는 게 조금 서운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냥 왠지 이 친구는 이름만 불러도 반가운 사람이기에 기꺼이 무슨 일인지 물어봤다.
오랜 공무원 수험 생활을 접고 취업 준비로 방향을 틀었다며 근황을 얘기했다. 그리고 다음 주에 영어 면접이 잡혀있는데 이래저래 지인 찬스로 영어 스크립트를 받아봐도 영 맘에 들지 않는다며 나한테 부탁을 한댔다. 번역비를 준단다. 야 무슨 됐다고 돈은 무슨 돈이냐고 잘 되면 맛있는 거나 사줘라 그랬는데 나보고 어쩜 내 생각만 하냐며 엄청 혼내길래 순간 내가 부탁한 건가? 혼란스러웠다가 결국 제시가의 반값에 네고 종결.
예상 질문 답변을 영어로 옮겨주면서 내용을 보다 보니 내 친구 치열하게 열심히도 살았구나 싶음. 나도 괜히 이렇게 고요히 별일 없이 살아서 될까 순간 살짝 조급해졌다. 늘 이렇다. 좀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면 주변이 난리라서 또다시 마음이 급해진다니깐. 에효.
아무튼 내가 면접장에서 대답한다고 생각하고 스피킹에 편한 구조로 대답을 작성해보았는데, 친구고객님이 아주 만족해하셔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앞에 부탁했던 사람들은 외국생활도 오래 한 사람들이라고 하던데 훗. 내가 한국어 센스가 좀 있지. 쓸데없는 가지 다 쳐내고 말하고자 하는 요점만 잘 뽑아내는 것 같다. 뿌듯.
후다닥 집중 뽝해서 번역 마무리하고, 우리 꾸꾸 다음 주 출장 가기에 잘 다녀오시라는 마음을 담아서 저녁으로 찜닭을 만들었다. 꾸꾸가 지난번에 내가 만든 찜닭이 맛있었다면서 격한 칭찬을 하면서 오늘 요리도 내가 담당하도록 나를 조련했다. 그러지 않아도 내가 속이 깊어서 우리 꾸꾸 담주 수고 많이 할 텐데 힘내라고 만들어 주려고 했다고. 근데 나란 사람도 거시기한 게, 뭐 만들고 맛있었으면 다음을 위해서 그 레시피를 저장해놓든가 해야 하는데 매번 새로 검색해서 찾고 있다. 그 레시피 못 찾을 확률 99% 인데도 마법의 키워드 백종원 믿고 그냥 매번 새로 검색함.
밥 먹고 설거지도 내가 함. 아 꾸꾸는 왜 고무장갑을 안 끼고 기름 묻은 설거지를 하냐고. 안쓰럽게. 담주 내내 출장 가면 집밥도 못 먹고 고생할 텐데 그냥 설거지도 내가 함. 내가 봐도 난 좀 성격이 괜찮은 듯.
이래저래 다시 번역 피드백 주고받고 9시 넘어서야 샤워 끝내고 내일 강의 준비. 이 모든 걸 다 끝내고 나니 눈알이 욱신욱신한다. 허리도 뻐근하고 ㅠㅠ 빅데이터 필기 정리도 마저 하고 싶은데, 눈알과 허리가 안 받쳐준다. 건강이 최고다. 담주에 하자. 이번 주도 수고 많았어연!!!!!!!!! 보이지도 않는 너무 먼 미래에 조급해말고 오늘 잠 자세 예쁘게 잘 자고 내일 할 일 잘 해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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