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랄 때 정서적 불안감을 너무 많이 안겨줬던 부모를 나는 용서하고 싶진 않다. 이제 내가 크고 나니, 그들 역시 불안했었을 그 과거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걸로 그때 너무나도 어리고 여렸던 내가 받은 깊숙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냥 난 어렸을 때 늘 불안했던, 초조하고, 조마조마했었던 그 과거를 그냥 그대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 살아갈 뿐이다. 굳이 미화하고 싶지도, 애써 덮어버리고 싶지도 않다. 그냥 그때 난 그랬는데 지금의 난 잘 컸네, 하고 지금의 나를 격려해주는 거지. 같은 맥락으로 나는 그때의 부모님을 이제와서 이해할 수 있다거나, 아님 그때 너무 어려서 기억이 안난다거나 하고 그들의 잘못을 지워버리지 않을 거다. 그냥 그때는 참 너무 했었다, 라고 사실을 기억할 뿐이다.
용서? 나를 위해서 그들을 용서를 해야한다고 생각해본 적도 있다. 그렇지만 그 용서를 하려고 내 마음만 혼자 더 힘들어지고 힘겨움에 눈물을 쏟는 건 더 싫다. 난 그냥 지금이 편하다. 이제 그들을 생각하면 별 감정이 없다. 예전엔 과거 생각에 치가 떨릴만큼, 욕이 나올만큼 흥분이 됐다면, 이젠 그런 감정의 고리는 끊어냈다. 그냥 '그들은 그땐 그랬었다'라고 과거와 현재 사이에 선을 긋고 나면 그냥 별 감정이 없다. ㅎㅎ 무관심보다 차라리 욕이 낫나?
문득 요즘 백신 접종에 안부가 궁금해졌다. 엄마는 예약을 했다는데 왜 아빠는 접종 예약을 안하지? 궁금하다가도 그냥 뭐, 그냥 잠깐 생각만 하고 만다. 아빠가 나중에 언젠가 돌아가시면 난 지금을 후회할까? 글쎄... 모르겠다. 근데 응어리는 계속 남겠지. 내 인생에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난 무표정한, 무관심한 기억으로 나는 살아가겠지. 미래의 나를 생각하면 그래도 아주 조금이나마 부녀간의 추억이 필요하지 않을까? 용서할까? 내가 더 다가갈까? 생각이 들지만 그러기위해서 너무 애쓰고 힘들 것 같은 내 모습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냥 여기까지만, 내 마음이 편한대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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